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듯한 가냘픈 몸매에 작고 예쁜 얼굴은 그녀의 나이를 10년은 젊게 보이게 했다. 더욱이 길고 가냘픈 목을 덮고 있는 머릿결은 작은 바람에도 출렁이며 모든 남성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수많은 상념들이 비껴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세찬 파도가 밀려왔다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고, 속이 다 후련할 정도로 산산히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향기를 맛보았다.
그녀와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우연 속에 필연이 내재되어 있었던 듯 만남 자체에 한 점 의혹도 없는 완벽한 순수 그대로였다. 따라서 그녀와의 인연은 마치 꼭 맺어야 할 인연이었던 것처럼 필연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그녀와 만나게 됐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으로 온몸이 전율을 일으키며 황홀한 느낌이 가슴을 지배했다. 가슴속에 품고만 있었던 쑥쓰럽고 수줍은 사랑이야기...... 나이가 든 준원은 마치 소년이라도 된 것처럼 그녀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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