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이 낯선 공간에 밀어 넣은 존재가 다름 아닌 김서형임을 알고 나자 한순간 공포감에 터질 듯 부풀어올랐던 심장의 박동이 차츰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여전히 쓰라린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인영은 자신이 끌려들어온 낯선 공간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소파와 옷장 그리고 철제로 된 책상을 보아하니 호텔에서 일하는 스텝들을 위한 공간인 것 같았다.
'아까 형이랑 같이 돌아간 줄 알았는데?'
'돌아와!'
'웃기지도 않은 소리는 그만하고 내보내 줘! 현준씨가 계속 찾고 있을 거야.'
'너는 지금 내 말을 부탁이라고 오해하는 모양인데, 잘 들어 서인영! ‘돌아와’는 ‘돌아와 주세요’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오라는 명령이야.'
뱀처럼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서형을 마주보며 인영은 코웃음을 친 후 깔깔한 목소리로 억지 웃음을 터트렸다.
'명령? 김서형 네가 나에게 뭔데? 내가 네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잖아. 너도 잘 들어. 내가 한 번‘끝’이라고 했으면 그 순간부터 우리 관계는 끝이야. 말 그대로 끝.'
그 뒤로 몇 분간 그들이 마주보는 그 공간에는 숨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이 들어찼다. 둘 다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시선을 돌리려 하지는 않았다. 마침내 점점 커져만 가던 긴장을 깨트린 것은 서형이었다.
'도대체 이유가 뭐야? 저 샌님 같은 놈을 선택한 이유가!'
'그게 궁금해? 그 사람은 내가 열 두 번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거든.'
그리고 날 정말 소중한 존재로 대해주거든. 날 싸구려 욕망의 대상으로만 보는 너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최현준이야. 그 사람 옆에서면 나도 그 사람 온기로 싸늘했던 온 몸이 푸근해 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최현준은 근본적으로 나나 너와는 다른 사람이야. 하지만 지금 굳이 그걸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 김서형이 서인영의 진심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저자소개
서린(저자): - 1976년 8월 生.
- 사자자리, AB 형
- '로월'에서 활동하며, 완결작으로 [ 외면 ] [ Carmen ] [ Furious Game ] 그 외 단편이 소수 있으며, 현재 [ Crash ] 연재 중.
작가의말
작품 후기를 쓰려고 자리에 앉아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3월 출간된 <팜므 파탈>의 작품 후기를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고민에 잠겼습니다. 과연 올해 초 제가 팜므 파탈을 내면서 여러분들께 겁 없이 내밀었던 약속을 지켰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 몫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퓨리어스 게임>이 제 손을 떠난 바로 그 순간부터 글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단지 저는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제가 <퓨리어스 게임>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읽으시는 독자들이 모두 느낄 수 있었으면 하구요.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올해 초 완결을 본 <퓨리어스 게임>은 글을 시작한 어느 시점부터 등장 인물들이 제 손을 벗어나 버리는 경험을 저에게 선사해준 골치 아픈 녀석입니다. 퓨리어스를 쓰는 동안 그런 그들을 통제하느라 너무 힘들었고, 높은 곳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위치가 아니라 사건을 같이 해결해 나가는 입장으로 위치가 달라져 심장이 너덜너덜해 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다시 이 글을 읽으면 가슴이 욱신거리는 느낌을 가질 정도랍니다. 결국 감정적으로 그렇게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몰입을 해서 글을 적어본 것은 제게 유일무이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퓨리어스를 쓸 때 느꼈던 그런 감정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간 인영과 서형은 저에게 사랑스러운 골치 덩어리들 입니다.
2002년 여름 부산에서 서 린(徐 鱗) 드림
목차
프롤로그
1. 허락 받지 못한 퇴장
2. 미세한 틈
3. 겁 없는 도전
4. Poison Sweet
5. 전주곡(前奏曲)
6. Rondo(회선곡)
7. Icy Fire
8. 천박한 쇼
9. 또 다른 진실
10. 일보전진(一步前進), 이보후퇴(二步後退)
11. Deep Impact
12. 폭풍전야(暴風前夜)
13. 파국(破局)
14. 공감(共感)
15. 레고로 만든 성(城)
16. Real Life
17. Nothing Lasts Forever
18. The Winner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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