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침대에 기대 있는 널 보니 너란 여자에 어디에 필요한 존재인지 금방 알겠는걸. 어때? 어차피 그 놈과도 헤어지려 했다면서?'
'당신은 싫어요.'
'싫어? 하지만 내가 너에게 해주는 걸 생각하고 누워 있으면 없던 느낌도 생길 거야. 너란 여자는 그런 여자 아닌가? 적어도 나와 있을 때는 갖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을 거라 약속하지. 단!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짓만 하지 않는다면. 난 내 여자를 다른 놈과 사이좋게 나눠 가질 만큼 아량이 넓지는 못해서 말이야.'
그의 비틀어진 입술이 무엇보다도 그의 심정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나도 너 같은 여자는 싫다고, 돈만 아는 너 같은 싸구려를 내 마음이 원하는 건 아니라고, 그러니 내 돈을 주는 대신 네 몸만 받겠다고...
물론 싫다고 말해야 했다. 하고많은 사람들 중 그 여자의 의붓아들이라니...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의 입을 막은 건 일주일 전 병원에서 본 지수의 창백한 얼굴이었다. 의사의 말도 떠올랐다. 최소한 두 달 안에는 수술을 시켜야만 한다고... 머릿속에서 터질 듯이 떠오르는 생각들에 지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지금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머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자소개
서린(저자): - 1976년 8월 生.
- 사자자리, AB 형
- '로월'에서 활동하며, 완결작으로 [ 외면 ] [ Carmen ] [ Furious Game ] 그 외 단편이 소수 있으며, 현재 [ Crash ] 연재 중.
작가의말
[ Femme Fatale ] 은 저의 3번째 완결작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두 남녀가 서로를 통해 그것을 깨닫고 극복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데, 역시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2차 수정을 끝내고 묵혀뒀던 원고를 얼마 전 다시 꺼내 점검을 하는 도중 정말 좌절감을 많이 느껴야 했습니다. 미숙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수정이라는 과정보다는 아예 다시 적어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결국 수많은 고민 끝에 제법 마음에 드는 변명을 찾아내고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그 처음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미숙함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비록 원숙미는 찾기 힘들어도 초창기에 갖는 열정이 그곳에는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하겠지요. 이 글에서 보이는 열정이 수많은 미숙함을 가려줄 수 있길 바라는 뻔뻔한 마음을 먹으며, 이 글을 여러분 앞에 내놓습니다. 다만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것을 시작으로 저는 매번 다른 이야기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것. 바로 그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글을 쓰는 동안 거의 매일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제 친구 땅콩과 그 후 저를 알게 되고 저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주는 룬 님 그리고 표지 제작에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신 Kay님께 감사드립니다. 물론 저에게 글을 쓸 계기와 용기를 주신 로월 홈지기님께는 단순히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잠시나마 이 글을 읽으시고 여러분들이 삶에 있어 꿈과 그리고 희망을 갖게 되셨다면 그 보다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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