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앉아봐」태수가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여자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태수는 자신을 무시하는 줄 알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까이 와보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나!」
그때까지 다양한 탈출 방법을 생각하던 하나는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황당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예요? 그냥 조용히 말하면 되잖아요」
하나는 화를 꾹 참고는 남자에게 다가가 침대모서리에 걸터앉았다.「됐어요? 이만하면 가까운가요?」
순간적으로 몸을 확 들이미는 바람에 하나의 얼굴이 남자의 얼굴과 거의 5센티미터 거리를 두고 멈췄다. 그녀의 두 눈으로 놀란 남자의 얼굴이 한가득 들어왔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갈 생각이 아니었건만, 하나 역시 놀라서 뒤로 몸을 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하나도 안 보이는군. 조금만 뒤로 빼봐」
태수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얼른 뒤로 고개를 뺐다. 당당한 척 했지만 하나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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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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