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우가 나왔을 때 그가 누구이고 그가 사랑받을 만한 배우인가 아닌가를 가름해주는 언론. 그래서 관객들로하여금 그를 배우로서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게 해 주는 언론.
윤인화의 경우, 그녀를 관객에게 소개해주고 사랑받게 해주었던 그 언론이 그녀의 몰락의 과정까지 소상하게 밝혀주었다면 관객은 결코 그녀에게 있어 방관자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그녀의 추락과 몰락을 관객이 막아낼 수는 없었다 해도 방관자만은 아니었다는 자그마한 위안이라도 관객은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철저히 외면했다.
만약 그녀가 여배우의 몰락의 한 전형이기도 한 스캔들에 휘말려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스캔들이라면 없는것도 만들어낼 수준에 언론은 도달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녀의 비극은, 그리고 관객이 그녀에게 있어 방관자로 치부된 비극은, 하나의 조건이 있었고, 그 조건은 바로 언론의 침묵이었다. 윤인화는 스캔들이 아닌 권력의 힘에 의해, 성적으로 인간적으로 치욕을 당했다. 그 치욕을 언론은 외면해 버린 것이다.
그분은 발목을 잡혀 있었죠. 영관장교였던 그분의 오빠는 당시 군사정권의 전횡에 항거하는 어떤 조직을 만들려 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어요. 오빠의 생명을 담보로 잡힌 그녀는 철저하게 유린될 수밖에 없었죠. 결국 그분의 오빠가 스스로 군복을 벗고나서야 그녀도 그들의 마수에서 풀려날 수 있었어요. 더이상 이 땅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죠
강비서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나는 어떤 여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혹시...이 클럽의 회원인 윤이정씨가 그 윤인화라는 여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닌가요?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하창수(저자): 1960년 경북 포항 출생. 1986년 [문예중앙]에 [청산유감]이 신인문학상 등단. 장편소설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 [차와 동정] [젊은 날은 없다] [죽음과 사랑] [허무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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