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여보세요, 선부야, 선부야…… …….
선부야, 나다 엄마야, 듣고 있니……? 선부야 선부야……. …….
그녀의 내장을 다 토해내는 듯한 뜨겁고도 길다가 오열의 소리가 들리기 전에 나는 재빨리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조금 우울해지기 시작하는 빗장뼈를 쓸어내리며 전화코드를 뽑아버렸다. 나는 선부가 아니란 말예요, 도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 알아들으시겠어요……, 라고 나는 이제 그녀에게 말하지 않는다.
오른쪽 차창을 내다보았다. 그녀와 나는 그렇게 만났다.
마음이 고달픈 모양이군요.
내가 묵고 있는 승방에 들어와 그녀는 후룩 한숨을 내쉬듯, 혼잣말을 하듯 그렇게 심상하게 말하였다. 그건 마치 아, 처녀도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졌군요, 하는 듯이 들려왔다. 그녀의 한쪽 손목에는 염주가 둘둘 말려 있었고 다른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문가에 쪼그리고 앉는 그녀의 발등에 이불귀를 여미어주며 나는 문득 어쩌면 우리가 오래 전에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단순히 그녀의 주름진 목덜미며 굵은 손매듭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졌던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음이 고달픈 나는 스스럼없이 내 손을 부여쥐는 그녀의 품에 안겨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며 울고 싶다는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르고는 어색한 듯 갑각류처럼 딱딱한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내 손을 슬몃 빼내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조경란(저자):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1996년 섬세한 문체미학과 세련된 내면묘사가 돋보이는 장편소설 <식빵굽는 시간>으로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수상함으로써 우리 문학의 내일을 이끌어갈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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