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문제에 대해 사회ㆍ정치ㆍ문화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책으로 <당대비평>에 실렸던 것을 토대로 14명의 필자들이 각각 쓴 글을 새롭게 엮었다. 여러 저자가 참여한 만큼 다양한 시각과 강조점의 차이를 갖고 있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장애에 대한 사회ㆍ문화적인 시각과 장애란 타자가 아닌 바로 우리의 문제라는 것'에 있다.
이 책은 장애와 차별, 신체 장애, 정신 장애, 여성과 장애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껏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왜곡된 시각을 가져왔는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고민의 기회를 마련한다.
과연 장애는 '특별한 그 무엇'인가? 의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장애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공식적인 장애인 실태 조사에서도 전체의 89.4퍼센트가 후천적 장애일 정도로 장애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열 종휴의 장애를 경험한다. 그것이 일시적인가 지속적인가 하는 차이는 있지만 누구도 아무런 장애 없이 평생을 살기란 어렵다.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근시나 노안은 일상 생활에 많은 불편을 주는 장애이고, 심각한 위장 장애가 있어 계속 약을 먹고 음식을 조절해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무릎이 아파서 오래 걷지 못하는 사람, 이가 성치 못해 음식을 먹는 데 불편한 사람, 비만이나 고지혈증으로 음식을 가려 먹는 사람도 생활의 불편이라는 점에서는 장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장애는 결코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장애를 정상에서 벗어난 일탈의 상태로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한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을 펴내는 것은 장애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을 비추기 위한 작은 시도이다. 많은 글들이 『당대비평』의 지면을 통하여 이미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만, 단행본을 펴내기 위해 부러 다시 쓴 글들도 적지 않다. 여러 사람이 쓴 글이라 다양한 시각과 강조점의 차이를 피할 길은 없지만, 장애와 장애인 문제를 새롭게 보자는 의욕만큼은 글마다 그리 다르지 않다.
장애 문제는 그동안 사회의 그늘로 치부되었고,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부차적인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장애에 대한 논의도 개인 차원이나 정책 실무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변함없는 주제는 장애는 사회ㆍ정치ㆍ문화적인 문제이고, 타자(他者, other)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이런 접근은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도전이 되었으면 한다. 또 심리적ㆍ 정서적ㆍ문화적 장애를 넘어 장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논의를 해나가는 데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목차
서론: 장애와 차별 논의의 의미 김창엽
제 1 부 장애와 차별
장애의 새로운 인식을 위하여 문화 비판으로서의 장애의 사회사 정근식
장애와 건강 장애와의 건강한 관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오츠루 타다시
장애와 인권 김선민
사회 속의 장애: 차별에서 affirmative action으로 유동철
제 2 부 신체 장애
편견의 법제와 장애인 수용 시설의 현실 김정열
신체 장애인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 권선진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김형수
제 3 부 정신 장애
한국 사회와 정신 질환: 사회적 반응으로서의 배제 김창엽
브롬덴 추장은 무사히 그 골짜기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정신 질환자의 배제와 차별의 정치경제학 신영전
그것은 절망과의 싸움이었다 정도상
우리는 그들을 모른다 허태자
제 4 부 여성과 장애
다양한 몸의 평등한 삶을 꿈꾸며 김은정
장애 여성으로 산다는 것 박영희
노동자로서의 장애 여성 안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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