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기' 실존하느 것들이 뿜어내는 존재의 처연한 아름다움들!
그리고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느림과 게으름의 미학!
문학과경계사에서 펴낸 최영철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인의 최근에 쓴 시와 첫 번째 시집부터 세 번째 시집까지의 시들 중에 가려 뽑은 것들로, '식물과 변두리에 대한 애착'이 묻어난 시편들을 담았다.
자신의 삶을 빗대어 빠르게 사는 사람이 있으면 느리게 사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백수는 그래서 필요하다는 시인의 말처럼, 느리고 게으른 표현을 '식물적'인 이미지에 비춰, 자아 안에 자연을 담기보다는 자연 안에 자아를 담는 여유롭고 편안한 시편들을 들려준다.
꿈꾸면 그대 부르게 될까 봐
꿈 깨면 애타게 목마른
그리움 날아갈까 봐
잠들지 못하네
그대 간 빈 자리 마주 보며 넘기는
가을 겨울 봄 여름
꿈 안에 꿈 밖에도 들지 못하고
비몽사몽 바라보다 고개 숙인
달빛 하얀 그늘.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최영철(저자):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야성은 빛나다』『홀로 가는 맹인악사』『가족사진』,『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일광욕하는 가구』등이 있고 산문집으로『우리 앞에 문이 있다』가 있음.
작가의말
1부의 시들은 최근에 쓴 것들이고, 그 뒤는 3시집에서 1시집으로 거슬러 내려가며 가려 뽑고 손을 보기도 한 것들이다. 굳이 의미를 둔다면 식물성과 변두리 삶에 대한 애착일 것인데 최근 것들 못지않게 이삼십대에 쓰여진 그 시편들을 다시 보며 나는 부끄러웠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그 언저리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뒤에 붙인 산문들은 이를테면 그것들을 이제 그만 놓아주고 싶은 살풀이일 것인데 아직은 그것들이 가서 편안히 몸 눕힐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며 나를 꾸짖고 나를 추스려야 하리라.
목차
시인의 말
1부 봄에 낙화, 봄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풍경소리 무늬 호포에서 만추晩秋 성산 일출봉 연 새의 노래 파동 봄 깊은 영산홍 구름 사이 12월
2부 나무, 위대한 생애 복날 가족사진 작은 길 비 오는 날은 텍사스로 간다 연탄을 보면 부끄럽다 메밀묵 장수 막걸리빵 그 이발소 두발로 양화점 맞는 노래 무적 FRP 삼천포에 빠지다 남산 간다 죽어서도 남길 수 없는 이름이여 부안김 지방주의 이제 촌에는 가지 않으련다 낡은 집 나무는
3부 나무 수박 시여 시여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저 산이 나를 밀어내기 한 판 숲 지나기 빈 땅과 만나고 싶다 등산 흔들림에 대하여 이 세상 사랑에게 오르는 것에 대하여 톱질 이 저녁에 땡전 한 푼 없이 나무는 뻗는다 나무가 없다 연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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