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단상
사물의 소동
이광식(발행인)
어느 봄날 오후 투명한 대기를 타고 풍뎅이 한 마리 포르르 날아 오더니 내 방 창턱에 내려 앉았다. 뒤집힌 채로, 가만히 들여다보아도 꼼짝 않는다. 금빛 등딱지 한 짝은 미처 닫혀지지도 않아 투명한 날개가 비어져 나와 있다.
풍뎅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후의 비행을 하다가 내 방 창턱에 불시착하여 생을 마친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앉았던 창턱이 그의 무덤이 되었다. 내가 그의 임종을 지켜보고.
가만히 풍뎅이를 집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무게가 없다. 허공처럼, 허공을 향한 짧은 다리들이 고물거리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등딱지 열고 날개를 치며 날아오를 것처럼.
하지만 다시 보면 풍뎅이는 꼼짝 없는 부동자세다. 하나의 조그만 사물이 내어 손바닥에 위에 놓여 있을 뿐. 이제 이 풍뎅이는 다시는 봄날 하늘을 날지 못하리라. 한 사물의 조그만 소동은 이렇게 끝났다.
▶나의 습작기
시인의 마을
3월
(휴학한 뒤 다시 대학 1학년을 다닐 때인 1976년 3월에 쓴 시)
신의 언덕으로 햇살 한 다발이 방목된다.
마을의 개구쟁이들 바람을 잡으로 빈 몸으로 떠나고
유리기둥 밖에 녹색의 세계가 누워 있다. 산의
머리 위에서 하늘을 버리고 서둘러 떠나는 새의 그림자
펄럭이며 풀밭 위를 지나간다. 갔다. 누워 있는 나의
머리칼은 파랗게 잠 밖으로 빠져나와 흩날리고
호주머니 가득 바람을 넣은 아이들. 새소리를 내며
산마을로 돌아온다. 풀어진 햇살의 고삐를 끌면서
풀잎을 밟고 뛰어다닌다. 맨발
뒷꿈치에 눈뜨고 죽어 있는, 봄.
저자소개
가람기획(편집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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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권두시 / 하나를 위하여
권두단상 / 사물의 소동
나의 습작기
시인의 마을 / 시인 하재봉
작가의 삶은 언제나 습작기 / 소설가 공선옥
사고 - 한국현대문학 작은 사전 발간에 부처
청소년에게 권하는 최근 가장 좋았던 우리 소설
이 작품을 추천한다 / 최재봉
『기쁘다 구주 오셨네』 / 하성란
우리 시 읽기
정영선 『가랑잎 사랑』
문인수 『정월』
정복여 『나무연못』
특집 ― 내 인생의 문학과 독서체험
문학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 고선희(방송작가)
문학소년이 집 짓는 이야기 / 김기석(건축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 / 김명곤(국립극장장)
문학과 미술은 밥과 반찬 같은 것 / 김병종(서울대 미대 교수)
나를 더 성장시키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 것 / 왕종근(방송인)
책일기 쾌락과 위안 / 유지나(동국대 영상학부 교수)
문학, 혹은 무상성이 주는 즐거움 / 표문송(대홍기획 카피라이터)
책을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 / 하종오(한국일보 기자)
문예창작교실
시 창작 교실 ⑥ / 대상의 선정과 발상 / 오세영
소설 창작 교실 ⑥ / 누구의 이야기인가? / 이동하
제 5 회 〈문예교실 문학상〉수상작 발표
● 시 부문
당선작 / 『들국화』 유병록(충북 옥천고 3년)
우수작 / 『에필로그』 박정현(강원 강릉고 3년)
장려작 / 『새벽』박서경(서울 경동고 3년)
장려작 / 『새들은 숨이 차다』조윤미(충북 옥천고 3년)
●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 『기억』김인정(포항 제철고 3년)
우수작 / 『열덟의 봄』김정민(분당 서현고 3년)
● 수필 부문
우수작 / 『기다리던 봄』조문형(일산 대진고 2년)
우수작 / 『겨울, 그리고 봄』유병록 (옥천고 3년)
세계의 문학
간추린 세계문학사 ⑥ / 계몽주의 문학 / 김희보
세계명작다이제스트 ⑥ / 생텍쥐페리의 '하늘과 별과 사막과 시' 『어린 왕자』 / 김병욱
문예반 순례 ─ 광주제일고등학교 원시림문학동인회
원시림! 그리고 그곳 태초의 원시인들 / 홍상필
지도교사 수필 / 금강산 답사기 / 김성중
한국문학인물사 ─ 이상
모독당한 최초의 모더니스트 장석주
문학과 역사의 현장 ─ 지리산
어둠 속에서 더욱 또렷한 별들의 산 - 송광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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