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최정우요.”
“네?”
레아는 최정우란 남자가 누군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도 한데……. 누구지?’
“지금 당장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고 7시 30분까지 사장실로 오시오.”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겨 있었다. 그녀는 뚜뚜거리는 수화기를 쳐다보면서 전화한 남자의 말들을 되짚어 보았다.
‘사장실로 오라고? 그럼……. 아아, 최정우. 사장님 이름이지.’
그는 타인의 환상을 깨는 데는 도사였다. 처음 젊은 사장이 취임했을 때 회사 내의 젊은 여직원부터 청소하는 환갑에 가까운 아줌마까지 모두들 한껏 들떠 있었다.
언젠가 사장님이 은퇴를 하면 뒤를 이을 준비로 유학 중이던 그가 처음 사람들 앞에 나타났을 때는 아버지가 과로로 인한 돌연사를 했을 때였다. 급하게 귀국해서인지 정돈되지 않은 외모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조차도 너무나 멋지게 보였었다. 족히 24시간은 면도를 하지 않은 듯한 그의 얼굴은 거무스름한 수염 자국으로 남성다움을 더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잃은 그를 위로하기보다는 그의 외모와 카리스마에 존경과 흠모의 시선을 던지기에 더 바빴었다.
하지만 막상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남몰래 흠모해 마지않던 갓 스물을 넘긴 여직원부터 환갑에 가까운 청소부 아줌마까지 모두를 질리게 만들었다. 유학파인 그가 개방적이고 여자들에게도 매너가 좋을 거란 여자들의 환상은 취임식을 가진 그날로 여지없이 깨졌다. 개방적이라든가, 매너가 좋다라든가 하는 건 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여자들의 부질없는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웃는 때는 공식석상에서뿐이었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마주치는 경우 그저 고개만 까딱할 뿐 한 마디라도 사적인 말을 그의 목소리로 들어 본 여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여자들의 동경에 찬 눈빛에도 끄떡없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은근히 접촉을 시도하는 베테랑급 바람순이들의 무모한 대시에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런 고로 그녀가 철갑상어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야말로 철갑을 두른 무적이었다. 일이 이쯤 되자 그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혼녀가 영국에 있다는 둥, 그 약혼녀가 왕족이라는 둥, 별별 소문들이 회사 안에 파다하게 돌았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년쯤 지난 지금에 와서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의 성격적 결함으로 여자들이 배겨 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잘난 외모에도 여자가 없다는 얘기가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남자 취향이라는 소문도 은밀히 돌고 있었다.
저자소개
김휘경(저자): - 생년월일 : 1970년 1월 5일 生.
- 가족 사항 : 남편과 딸.
- 2001. 3월 9일부터 로월에서 활동 중.
- 주요 작품 : <이상형을 찾아서> <아이스> <마녀와 개구리왕자> <치명적인 우연> <함정> <스커트를 선물하는 남자> <기억>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등
작가의말
세상 물정을 너무나 잘 알고 그 시험무대에서 살아남고자 혼신을 다하는 남자, 최정우와 사람 잘 믿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용당하고 곤란을 겪게 된 여자, 유레아의 이야기입니다. 전자출판하기로 하고 파일을 다시 열어보니 부족한 부분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아마도 조만간에 다시 수정을 하자고 덤빌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을 내놓자니 죄송하네요. 늘 한 편 한 편 쓸 때마다 다음 번에는 더 잘 쓰자고 결심합니다. 이 글도 다음 번 글을 더 잘 쓰기 위한 단계였다고 스스로 다짐해 봅니다. 그럼,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도록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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