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그녀는 한 모금 물을 마시고는 침대로 다가갔다.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둘을 보면서 주연은 갑자기 즐거워졌다. 그녀는 웃으면서 그 둘이 누워 있은 자리 한가운데에 얼음처럼 차가운 생수 한 병을 몽땅 들이부었다. 그러자 정민과 여자가 기겁을 하며 침대 밖으로 뛰어나왔다. 벌거벗은 두 남녀가 양쪽으로 튀어나오는 걸 보니 주연은 더 즐거워졌다. 그렇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정민 때문에 오늘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는가를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낯선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고 그의 애인에게 싸구려 취급에 굴욕적인 각서까지 써야 했다. 그러니 정민도 그에 합당한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했다. 정민과 그 여자가 미처 그녀의 의도를 깨닫기도 전에 주연은 그의 사타구니를 세게 걷어찼다. 잔뜩 괴로운 신음을 뱉으며 뒹구는 정민과 그의 새로운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그를 감싸 안고 있는 걸 보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악~~~~!”
“어머, 자기야~,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어떡해? 많이 아파?”
오늘 밤 저 둘은 절대 절정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밤은 기니까 잘해 보라구. 하하하……. 참, 둘에게 축복의 한 마디를 해주고 싶은데. 서로 같이 있을 때 상대를 충분히 즐기라구. 뭐 서로 잘 아는 것 같아서 이 말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둘 다 싫증나면 얼마든지 새 사람한테 갈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둘이 서로를 매일 매순간 의심하며 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이게 바로 주연이 둘에게 주는 축복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지옥 같은 호텔을 벗어나려고 문을 닫고 빠르게 몸을 돌려 걷던 주연은 우뚝 서 버렸다. 바로 눈앞에 준규가 서 있었다. 순간 주연은 온몸이 새빨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안에서 있었던 그 소동을 그가 고스란히 보고 있었단 걸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저자소개
김휘경(저자): - 생년월일 : 1970년 1월 5일 生.
- 가족 사항 : 남편과 딸.
- 2001. 3월 9일부터 로월에서 활동 중.
- 주요 작품 : <이상형을 찾아서> <아이스> <마녀와 개구리왕자> <치명적인 우연> <함정> <스커트를 선물하는 남자> <기억>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등
작가의말
이 글은 제목 그대로 치명적인 우연으로 시작되는 얘기입니다. 둘의 만남이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치명적인 결과를 빚어냄으로 인해서 결국은 운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지요.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랑이란 것이 영원할 수 있는 것인지… 늘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러는 가운데 문득 지금 사랑한다고 믿는 것이 정말 사랑일까? 아니면 그저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을 사랑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사랑하면서도 그저 그 사람만 보면 불편하다고 자기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을 해서 사랑이 아니라고 단순한 욕망이나 일순간의 변덕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이고 있지요.
이 글은 그런 생각들이 만들어낸 얘기입니다.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고 또 너무 조심스럽고 사람들의 이목이나 자신의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 죄를 지을 결심도 할 정도로 제가 만들어낸 주인공들은 세속적입니다.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상대에게 다 포기하고 오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사랑이란 것은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굳이 사랑은 영원하다, 너만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말하지 않아도 어쩌면 이 사람이라면 영원이란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자기 스스로 느끼는 것... 그것이 정말 사랑이 아닐까요? 저의 짧은 소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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