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소설 작법에 준하지 않는 작가 아베 가즈시의 작품집.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인 '그랜드 피날레'를 비롯, '마구간 아가씨' '신주쿠 요도바시 카메라' '20세기'등 총 4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각각의 작품에서 금기시하는 소재를 골라 대단히 소시민적인 주인공을 등장시켜 일상적인 사건인 양 이야기한다.
표제작 '그랜드 피날레'의 주인공은 외동딸에게 집착하는 롤리타 취향을 아내에게 들켜 마침내 이혼당하고 회사에서도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 고향에 내려온다. 주인공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그래도 20% 정도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진흙탕을 헤매는 듯한 자포자기한 생활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자살을 생각하는 초등학생 두 명에게 연극지도를 하며 새로운 삶을 희망하게 된다. 그야말로 종말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것이다.
저자소개
아베 가즈시게(저자): 1968년에 태어났다. 1994년 「아메리카의 밤」으로 제37회 군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 뒤 「무정의 세계」로 제21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하고, 「신세미아」로 제58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과 제15회 이토 세이 문학상을 더블 수상했다. 「그랜드 피날레」로 제132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였다.
양윤옥(번역자): 일본문학 전문번역가로,「슬픈 李箱」「그리운 여성모습」「글로 만나는 아이 세상」등의 책을 썼으며,「철도원」「장미도둑」「플라나리아」「가면의 고백」「연애중독」「첫날밤」「사랑을 주세요」「칼에 지다」등의 문학 작품과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세상을 선물한 개」「예순에 사랑을 알다」「내 사람을 만드는 말, 남의 사람을 만드는 말」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작가의말
1994년에 '아메리카의 밤'으로 데뷔한 뒤로 각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별다른 상을 수상하지 못하여 일본 문학계에서 '무관(無冠)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아베 가즈시게 씨가 마침내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데뷔작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들은 몇 차례 이 상의 후보작품으로 선정되었던 전력이 있어서 이번 수상에는 많은 독자들이 '마침내 탔구나!'하고 수긍하는 부분이 있었다.
'카메라를 전혀 손에 들지 않게 된 나는 말만을 사용하여 현실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려운 지점에 와닿고 말았다. 과연 나는 이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랜드 피날레 - 위대한 종말'을 꿈꾸는 주인공의 고민이다. 과학문명의 기기를 통한 대화가 아니라 직접 인간의 언어로 시도하는 소통에서 세기의 난관을 그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현대 사회의 병소를 얄밉도록 차갑게 분석한 끝에 아베 가즈시게가 자신과 독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문학을 통한 끊임없는 실험으로 이 작가는 무언가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문학이 마침내 아베 가즈시게를 따라잡았다'라는 아쿠타가와 상 심사위원의 말은 그의 작가적 성장이 마침내 어떤 해답을 도출해낸 데 대한 언급일 것이다. - 양윤옥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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