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새로운 소설은 없는가?
누구도 그 시신을 본 사람이 없지만 소설이 죽었다고들 한다. 엄밀히 말해, ‘진정한 소설은 죽었다’는 소문과 ‘더이상 새로운 소설은 없(을 것이)다’라는 추측이 소설의 죽음에 대한 복사본 유언장의 한 구절이 되어 유포되고 있다. ‘진정한 소설’이란 대중문학과 동침하지 않는 본격 소설의 다른 말일 테고 ‘새로운 소설’이란 기존의 형식적 틀을 의심하고 그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우면서 자기만의 형식을 이루어내는 소설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 소설을 둘러 싼 상황을 여러모로 짚어볼 때 이 소문과 추측이 어쩌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만도 하다.
문학평론가 김인호씨의 「탈이데올로기와 문학적 향유」(열림원)는 그 ‘새로움’과 ‘진정성’의 의의를 파악하고자 쓰여진 책이다. 그동안 최인훈의 작품들을 성실하게 해석하면서 새롭고 선도적인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인 그답게 이 책에서도 형식적 틀을 과감히 부순 작품들을 꼼꼼히 분석했다. 책의 제목 중 ‘문학적 향유’란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의 즐거움’을 달리 번역한 용어. 텍스트에서 즐거움을 얻어내고 문학을 향유하기 위해선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글쓴이의 마음이 담긴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란 곧 기존의 관습적인 상황에 다름 아니다. 관습의 틀을 탈피하고자 한 텍스트야말로 진정한 문학적 향유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소개
김인호(저자): 문학평론가로, 1957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부문에「최인훈 '화두'에 대한 철학적 담론」으로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동국대에서「최인훈 소설에 나타난 주체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경기대와 서울예대에 출강하고 있다. 반년간지 '내러티브' 편집위원과 '생태문화연구회' 회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니체 이후의 정신사」가 있고, 최근 논문으로「최인훈 문학의 내면성과 실험성」「'광장' 개작에 나타난 변화의 양상들」등이 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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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제1부
탈이데올로기와 문화적 향유
소설의 언어에 내재한 생태학적 지평
탈구조주의와 대중문학
새로운 리얼리즘, 그 숨겨진 무의식의 현실
제2부
주제를 찾아가는 긴 여정
허구와 현실 사이의 존재론적 성찰
기다림과 삶의 서사학
조작된 역사, 그 언어의 겹구조
디지털 시대의 개방성과 소설의 미래
제3부
불행한 성, 주체의 테러리즘
일상을 떠도는 주체의 고뇌
관계의 늪에서 유목민적 주체의 세계로
에세이 형식에 나타난 생태학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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