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로 2003년 제27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인숙의 장편소설이다. 지난 1994년에 나왔던 것을 수정, 보완해 내놓은 개정판. 삼류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가슴아픈 청춘을 그렸다.
여자아이처럼 예쁘장하게 생겨 늘상 놀림감이 되었던 주인공 이완기.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강지처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를 미워하는 여자 유인호. 이들의 성장이야기를 두 축으로 해 가난한 산동네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이 펼쳐진다.
어린시절부터 산동네에서 살아온 완기와 인호에게 삶이란 그야말로 전쟁이다. 이들에게는 이데올로기나 이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힘들기 때문이다. 가난은 대물림되고 이들의 핑크빛 청춘도 그 안에서 속절없이 스러져간다.
저자소개
김인숙(저자):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방과 졸업.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상실의 계절>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문제작을 발표해왔다. 1995년에 장편 <먼길>로 제28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으로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그늘, 깊은 곳>, 소설집으로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등이 있다.
작가의말
무슨 까닭인지, 그 무구한 소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인호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져 내렸다. 괜찮아, 모든 게 다 잘될거야. 난 그걸 알아. 인호는 완기에게 하듯이 말을 속삭였다. 쓸쓸해 할 필요는 없는 거야. 세월은 그냥 흘러가도 또 다른 세월이 오는 거니까. 한 시기가 지났다고 해서 모든 게 다 그렇게 끝나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쓸쓸해 할 필요는 정말 없는거야. 인호는 눈을 감았다. 인호 역시 완기처럼 잠을 자고 싶다고 생각했다. 비는 곧 그칠 것이다. 그리고 비가 그치고 나면 해가 비칠 것이다. 그들은 그 언덕 위, 하늘이 가까운 마지막 땅에서 또 한 번의 햇살을 맞이할 것이다. 그 다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다. 어떻든 중요한 것은, 지금 인호가 완기를 안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목차
서 1장. 진창 속에서 2장. 푸르른 날, 절망의 기억들 3장. 땅, 짐승 그리고 사람들 4장. 깊어가는 강 5장. 부서진 시간 사이에서 6장. 하늘이 가까운 마지막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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