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에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농사 짓기의 어려움과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하나 둘 농촌을 떠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도시의 생활처럼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것 보다는 이웃 간의 정이 넘치는 농촌 생활이 아이들에게는 훨씬 나으리라 봅니다.
이 책에서는 농촌의 생활과 이웃들 정 많은 가족들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다섯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골에 놀러 가서 수박 서리 혹은 참외 서리를 해 본 적이 있나요? 예전 우리 부모님이 어린 시절에는 그런 일들이 가끔 있었답니다. 하지만 우리네 정은 그런 것들을 모두 감싸안는 따뜻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시골 인심처럼 따뜻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평범하지만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저자소개
전혜령(삽화가): 경원대학교 동양화학과 졸업
예림당, 문고사, 영교, 웅진, 튼튼영어, 중앙, 모퉁이 돌 등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현재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중
김은숙(저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공부했습니다. 1982년 대한민국 문학상, 1998년 소천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꽈리불> <빨간 왕관의 나라 하얀 왕관의 나라> <꽃을 몰래 가꾸는 거인> <엄마의 일기> <뽕뽕동과 성게> <날아라 구구> <낙엽 한 장만한 바람> 등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지난 여름 참외밭에서 일이에요. 처음엔 연두빛으로 맺힌 참외 열매가 햇살을 받아 초록빛으로 자라더니 얼마큼 지나 다시 연두빛으로, 그리고 연두빛이 노랑으로 바뀌며 익어 가는 것을 보았어요. '어머, 잘 자라네? 참 귀엽게 생겼네.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얘들아, 빨랑빨랑 익으려마. 후훗!' 내가 너스레를 한참 떠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고향 아저씨가 내게 말했어요. '옛날 어른들 말이 자라는 참외를 오래 바라보지 말라 했지요.' '네?' '참외가 토라져 자라고픈 마음을 접고 돌아앉는다지요. 그리고 돌아앉은 참외는…….' '돌아앉은 참외는요?' '그 자리에서 썩어 버리지요.' '어마! 그럼 조금 전 제가 공연히……. 미, 미안해요. 아저씨.' 나는 입을 손으로 막으며 급히 사과를 했어요. 그리고 참외도 참외지만 한창 예쁘게 익어 가고 있는 참외를 보고 기분 내키는 대로 말을 해 버린 내게 손수 땀흘려 참외를 키우시는 아저씨의 노여움이 더 컸으리라 짐작했어요. 그래요. 자연 속엔 수많은 기다림이 숨어 있지요. 그러니까 지난 여름, 난 참외 하나가 익어 우리에게 오는 데도 오래 참고 기다리고, 삿된 마음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 기다리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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