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6.25 전쟁이 일어나자 그해 겨울에 가족과 남쪽으로 피난을 간다. 피난 도중 인민군과 맞닥뜨려 부모님이 인민군에게 끌려간다. 끌려가는 부모님을 따라가다가 용호의 예상치 않은 인생 역정이 펼쳐진다. 이후 용호는 부잣집 머슴으로 들어가 갖은 고생을 하지만 결국 쫓겨나 고아원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고아원은 정부 지원도 거의 없다시피 한데다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이라 아이들은 혹독한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30대 초반의 노처녀로 폭력적이며, 악질적인 김선생은 아이들을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 몰아 넣는다. 그녀의 끝간 데 없는 폭력은 어린 원생을 죽음으로까지 끌고 간다. 그녀는 나이 어린 남학생들과의 동침까지 서슴지 않는 육체적 욕망을 견디지 못하는 여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 어느 곳에서나 선과 악의 명암은 존재하기 마련. 그곳 고아원에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조선생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녀의 따뜻한 보살핌에 그나마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김선생의 모함으로 조선생이 고아원을 그만두게 되면서 주인공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아원을 탈출하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만다. 한편 고아원 탈출에 성공한 한 고아는 거지 소굴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은 그나마 의리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주인공 용호가 고아원에서 지냈던 1년간의 풍경은 실제로 이 땅이 이런 불행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끔찍한 상황이다. 주인공은 다행히 고아원으로 찾아온 가족들과 해후하는 해피엔딩의 소설이지만, 고아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읽다보면 한국의 <올리버 트위스트>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용호는 눈앞이 아찍하였다. 밥이라고 두 숟갈밖에 안 되었다. 많이 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밥 두 숟갈을 보자 앞이 아찔하였다. 두 그릇을 먹어도 시원찮겠는데 밥 두 숟갈을 주다니,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용호는 적네 많네 말 한 마디 못하고 빈 그릇 같은 밥그릇과 건데기라곤 하나 없는 구정물 같은 국 그릇을 받아 가지고 상에 가서 않았다. 용호는 밥이 너무 아까워서 한 톨 한 톨 밥알을 세어가며 밥을 먹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박종만(저자): 1933년생으로 7세 때 고아가 되어 6.25 전쟁 때 고아원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였다. 중학교 2학년 때 고아원에서 뛰쳐나온 후 걸인, 막노동 등의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면서도 문학에의 꿈을 잃지 않고 있다가 69세의 나이에 첫 소설을 발표했다.
작가의말
내 인생의 동반자들 고독, 외로움, 눈물......
나는 이렇게 살려고 그랬는지 고독, 외로움, 눈물 이런 것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과 글쓰는 것도 자연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늦은 나이에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 박종만
목차
009 고아원에 온 소년
027 의남매
038 김선생
076 사는 것이 무엇인지
087 버려진 아기
090 학교에 들어가다
096 차라리 잘 죽었다
108 매 맞는 용호
142 떠도는 어린 신세
195 고아원 풍경
202 보복
248 어디가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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