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소설

저자 : 이세 

출판사: 로월 / 2003-07-23

제작형태 :

용량 : 528K

대출현황 :  대출 가능

예약현황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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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소개

광합이란 남자는 허상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별과 같이 현실에서 유리된 존재일까? 어쨌든 하지가 지켜본 광합은 정말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처럼 호텔의 바를 늘상 드나들었고 언제나 쫙 빼 입은 정장을 고수했고 옆자리에는 늘 어울리는 여자들이 있었다. 편한 캐주얼 차림이나 잠옷 차림의 광합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옆에 여자가 없는 혼자만의 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간에 하지가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 하지의 시간은 오직 퇴근 후뿐이었고, 토요일 오후, 일요일의 광합을 따라다니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하지가 파악할 수 있는 광합의 모습은 오직 문 앞, 입구뿐이었다. 집 앞, 회사 앞, 호텔 앞, 그리고 클럽 앞…… 더 이상을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니,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투자 가치’의 문제였다. 광합은 하지가 비비고 들어갈, 바늘 만한 틈도 없었다. 2주일 만에 하지는 뼛속까지 절망했다. 그리고 어느 날, 하지는 단단히 결심하고 광합의 차에 뛰어들었다. 광합은 한순간 심장이 발치까지 내려오는 줄 알았다. 그의 차 앞을 사람의 그림자가 휙～하고 스쳐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광합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가는 길이었다. 날마다 신물나게 그를 따라붙던 여자들도 운이 좋게! 없었고 그래서 그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가볍게 핸들을 쥐고 있었는데, 어떤 미친 여자가 헤드라이트 불빛 속으로 나방처럼 뛰어드는 게 순식간에 눈에 잡혔다. 이곳은 고급 주택가이기 때문에 대낮에도 간간이 차만 다녔지 인적은 드물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자신에게 생기다니…….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브레이크를 밟았고 거칠게 문을 열어 제끼면서 자신의 차에 함부로 뛰어든 여자에게 성큼 성큼 다가갔다. 위험스런 순간을 모면하자, 갑자기 닥친 불안감만큼의 분노가 밀려왔다. “이봐! 당신! 보험 사기단이지! 일행은 어디 있어. 빨랑 불어!” 이 여자…… 광합이 보기에는 아주 작정을 했다. 양손에 달랑달랑 힐을 쥐고 있는 게 영락없어 보였다. 고급 주택가에서 젊은 남자가 혼자 모는 차라고 쉽게 본 모양인데 어림없는 수작이다. 광합은 사기란 걸 알면서도 귀찮아서 당해주는 순둥이는 결코 아니었다. 그는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는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게으름은 운이 없는 것이라 핑계를 대면서도 남의 성공은 행운뿐이라고 빈정대기 좋아했다. 광합은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할 때가 많았다.

  저자소개

이세(저자): - 1965년 사자좌. 그러나 별자리와는 아무 상관관계도 없음. 로월에서 주로 서식.
- 주요 작품으로는 [밤은 깊고... 그녀는 붉다] [보이는 게 다다] [누구에게나 사랑의 그림자는 길다] 등의 장편과 [사랑이라 말하지 않겠다] [Enter, Enter] 등의 단편이 있음.

  작가의말

하지는 일 년 중에 가장 낮이 긴 날입니다.
동지는 일 년 중에 가장 밤이 긴 날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지와 동지’라는 절기를 떠올릴 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의를 뒤집어 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입니다.

하지를 기점으로 해서 그 다음날부터 낮은 점점 짧아지게 됩니다. 동지를 기점으로 해서 그 다음날부터 밤은 점점 짧아지게 됩니다.

‘하지와 동지’는 여름과 겨울의 정점인 동시에 다가오는 새로운 계절의 시작입니다. 자연의 정점에서 계절은 어느덧 다가올 계절을 준비합니다. 여름의 끝에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니라 여름 속에 가을이 스며듭니다. 겨울의 끝에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겨울 속에 봄이 스며듭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정의만으로 모든 것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이복 관계입니다. 부모 중 한쪽이 다른, 피가 반만 섞인 사이. 이복인 사람들은 서로를 아주 미워하는 관계로 자주 등장합니다. 어느 날 문득 ‘실제 너와 이복인 자매가 있다면 너는 어떨 것 같냐?’ 하고 자문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어떻긴…… 그냥 머리 긁적이고 소가 닭 쳐다보듯이 지내겠지’ 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피가 반쯤 섞였으니 반쯤 미워하고 반 정도만 사랑하고 반 정도만 거리를 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친자매 사이라면 머리끄덩이 잡아당기면서 피 터지게 싸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싸우면서 눈꼬리가 쫙 돌아가게 미워하고 가슴이 터지도록 안아줄 것 같습니다.

그런 연유로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날마다 보는, 때로는 가구처럼 무덤덤하고, 때로는 모르는 타인처럼 새로운 면을 알게 되는 미운 자매 사이. 부모님보다는 동거한 년 수가 쪼금 덜하지만, 어떤 때는 부모님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고, 그러다가 불쑥 결혼이라도 해버리면 알게 모르게 섭섭해지는 내 언니, 내 동생…… 그 수많은 자매들을 위해 썼습니다.

형제나 남매와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자매 사이에는 있습니다.
자매에게 같은 여자라는 사실은 세월이 갈수록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속 깊은 형제 사이는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 수 있다지만 사이좋은 자매끼리는 친구보다 더 정이 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이 지날수록 자매는 서로 닮아가고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그런 자매들을 위하여, 세상의 모든 여자들을 위하여 파이팅을 외치며 끝을 맺습니다.

  목차

1 2 3 4 5 6 7 8 9 10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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