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보낸 지 벌써 6개월이 흘렀습니다. 정말 지옥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순간,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자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였습니다.
'나는 눈의 나라에서 온 작은 요정입니다. 여고 2년. 지금 저는 무척 외롭습니다.
저를 이 외로움에서 구해주시지 않으시겠어요? '
눈의 나라에서 온 작은 요정이라니, 정말 웃기는 소리 아닙니까? 게다가 여고 2년 생이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외로움에서 구해달라? 너무나 어이가 없어 휴대폰을 소리가 나도록 닫아 버리고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이 기다리는 스물 다섯 평 아파트가 있는 일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열 여섯? 여고 2년생.
자꾸만 휴대폰의 메시지가 강한 자석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원조교제? '눈의 나라 요정? 혹시 원조 교제하는 꽃뱀?
행여 그렇다면 경찰에 신고하기 전 그만 둬.'
그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답장이 날아 왔습니다.
'날더러 꽃뱀이라고요? 그건 눈의 나라 요정한테 하는 말치곤 우아하지 못해요.
경찰에 신고한다니 좀 우습군요. 하지만 잘못 짚었어요. 나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 필요해요.'
참으로 맹랑한 여학생이 분명했지만, 내 무료한 삶에 신선한 빛으로 다가온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학생이라고 믿지, 그런데 눈의 나라 요정을 도우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
'그건 아주 간단해요. 가끔씩 내가 메시지 보내면 답해 주는 일. 가능할까요?'
'그 뿐인가?'
'우선은 그게 전부예요.'
-본문 중에서
총 80회 연재로 네티즌의 눈길을 끌었던 눈의 나라 요정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저자소개
이영숙(저자): 전북 무주에서 태어나 92년 울간 문예사조에 단편 '환상의 나라'로 문단에 나왔다.
저서로는 단편<비눗방울 놀이><어떤 시작><함박눈이 내린 새벽><중공에서 온 편지><종수 오빠의 반생><세월>등이 있으며 95년<함박눈이 내린 새벽>으로 문예사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창작집으로는 <해를훔친여자><리아이야기>
현)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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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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