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몸을 떡 주무르듯이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윤후는 기가 막혔다.
지금 자기 사무실로 막무가내로 쳐들어와서 멋대로 거래처 전화를 끊어 버리더니, 다짜고짜 어떡할 거냐고 책임 추궁을 하는 그녀를 믿을 수가 없다.
이게 과연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맞는 거야?
그는 너무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내 말 못 들었어? 나랑 사귀자구. 대답을 듣고 싶어.'
미랑의 조금 높아진 언성에 그는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지우 쪽을 보니 신문을 잡은 그의 손이 떨리면서 신문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분명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이 역력히 드러나 보이는 행동이었다.
'얼른 대답해 줘라. 안 그러면 불이라도 지를 판인데?'
지우의 비꼬는 말투가 윤후의 귀에 거슬리게 들어왔다.
미랑의 손이 윤후에 의해 거칠게 낚아채어졌다. 그는 조그마한 체구의 그녀를 마치 주인 말 안 듣는 못된 강아지 다루듯 질질 끌면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너 뭐 하는 녀석이야? 남의 사무실에 멋대로 쳐들어와서 이 무슨 행패냐구.'
'난 지금 꽤나 진지해. 그 날 밤의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미치겠다구. 네 대답을 듣고 싶어서 수업도 땡땡이 치고 온 거야. 왜 사람 여러 번 말하게 해? 대답을 줘. 너의 의견을 듣고 싶어.'
그는 진땀이 나는지 얼굴 중간까지 오는 긴 앞머리를 거칠게 뒤로 쓸어 올렸다.
지금까지 사귀자는 프로포즈를 수도 없이 받아 봤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황당한 경험을 하기는 처음이다.
'그렇게 내 의견이 듣고 싶다면 지금 당장 대답해 주지. 싫어!'
서윤후 최초의 거절이었다.
저자소개
진선유(저자): - 1973년 7월 28일 生 < br>
- 2001년 2월부터 온라인 소설 연재.
- <비밀의 연인> <내 마음을 뺏어봐> <천애> <홍주> 등의 작품을 연재하였으며 현재 “로월”에서 활동 중.
작가의말
「내 마음을 뺏어봐」는 연재 당시 「바람둥이 길들이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소설입니다. 지금껏 쓴 소설 중에선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장편이고, 또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연재하고, 수정한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정하는 동안 연재 당시 보충하고 싶었던 많은 부분을 새로 고치면서 기본적인 골격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절반 이상 개작되어 새로 쓴 소설이기도 합니다. 연재 당시의 「바람둥이 길들이는 법」을 기억하고 계시는 독자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많은 부분이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소설의 내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제목도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소극적인 사랑을 하는 여자는 싫습니다. 누가 자신을 그저 좋아해 주길, 내가 일부러 얘기하지 않아도 그가 내 사랑을 눈치채 주길 기다리기만 하는 여자는 더더구나 싫습니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것이 짝사랑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나를 알아 볼 수 있게 적극적으로 내 사랑을 표현하는 당찬 여자가 여기 있습니다.
로맨스 속의 사랑을 꿈꾸며 현실 속의 남자에겐 도통 관심이 없던 그녀에게 어느 날 첫눈에 반할 만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로맨틱한 환상 속의 사랑만을 키워 온 그녀에게 현실의 사랑은 어렵기만 합니다. 그의 감정 따윈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방식으로 일방적인 사랑을 표현하려 들죠. 그녀는 항상 어떡하면 그에게 더 어울릴 수 있을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좌충우돌하지만 조금씩 성숙한 여자가 되어갑니다.
첫사랑에 관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에게 사랑이란 그의 주변에 늘 산재해 있지만 정작 다가서기 두려운 감정입니다. 그런 그의 앞에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가 자신의 일상 속으로 뛰어들어옵니다. 그는 그녀가 항상 신경이 쓰이지만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두 번 다시 기억 속의 첫사랑과 같은 안타까운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단단한 껍질 속에 자신을 가둬 넣은 이 남자의 마음을 그녀는 어떻게 빼앗을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짝사랑을 하는 분들에게 많은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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