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시는 문학소년 릴케를 시인 릴케로 만든 결정적인 한 계기인 '루 살로메와의 만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를 잠시 살펴보자. 릴케가 <신독일 전망>에 발표된 <유태인 예수>라는 구 살로메의 에세이를 읽고 감명을 받아 그녀에게 익명으로 몇 편의 시를 우송했는데, 그녀와의 첫 만남은 야콥 바서만Jakob Wassermann의 집에서 열린 티 파티에서였다. 이 만남 후 바로 릴케는 그녀에게 편지를 쓰게 되는데, 이때부터 릴케는 자신의 느낌을 편지에 시로 표현하고 있다. '헌시'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있지만, 바로 특정한 그 누군가에 바쳐진 시인 것이다. 루 살로메 앞에서 릴케는 자신을 길 잃은 아이로 그려 보인다.
저자소개
안철택(번역자): 고려대학교 독문과 및 대학원ㅇ르 졸업하였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권터 아이히의 시에 나타난 자연>, <파울 첼란의 시집에 나타난 첼란의 미학>, <첼란 시학에서의 어두움>등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저자): 1875년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하사관에서 장교로 입신하는 게 꿈이었던 아버지와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소녀 취향을 갖고 있던 어머니 사이에서 일곱 살 때까지 여자아이로 길러졌다가 1886년 아버지에 의해 육군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참담한 시련의 시기로 묘사되고 있는 이 시절에 릴케는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시들은 주로 감상적이고 미숙한 연애시들이 주종을 이루었고 이러한 경향은 1896년 살로메와의 만남을 통해 크게 선회하게 된다. 특히 두 번에 걸친 러시아 여행과 스위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하면서 얻은 깊은 정신적 영감을 바탕으로 초기시의 대표작 <기도시집>이 완성되었다.
그밖에도 브릅스베데의 화가촌에서 하인리히 포겔러와의 만남, 1902년 파리 방문을 통한 로댕과의 만남은 <형상시집>, <말테의 수기>의 집필 동기가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씌어진 <신시집>은 사물시의 결정으로서 로댕과의 만남에서 얻은 조형 예술 세계 체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 체류와 제1차 세계대전의 체험, 아프리카와 에스파냐 등지의 여행은 릴케 말년의 역작인 <두이노의 비가>, <오르포이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 녹아들어 죽음으로써 삶을 완성하는 존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사람과 사물, 풍경과 만남에서 그 내면을 응시하여 본질을 이끌어내고자 한 그의 글쓰기는 20세기 독일 현대 작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
변학수(번역자): 경북대학교 독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 독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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